나는 어떻게 전문의가 되었나?

권지원(한양대학교 명지병원 안과)

한국드론뉴스닷컴 명예기자

의료는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의료쪽에 종사하는 분이 아니면, 의사 중에서도 전문의가 되는 과정에 대해서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얼마전에도 절친한 친구가, 전문의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너무 헷갈린다며 물어본 적이 있다


먼저, 의대를 다니면 졸업 전에 의사국가고시를 본다. 여기에 합격하면 나라에서 인정하는 의사자격증을 얻게 된다. (졸업만 하고 국시에 불합격하면 의사가 아닌 것이다.) 이렇게 의사자격을 받게 되면 의사로서 진료를 할 수 있다. 그런데, 30개도 넘는 진료과 중에서 한 과를 좀더 전문적으로 진료하기 위해서는 특정 과의 전공의 과정을 겪은 후 전문의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전문과도 많고, 각 과마다 공부해야 할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기도 하며, 환자를 직접 본다는 것은 단순히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는 게 아니고, 문진방법부터 진찰, 수술방법까지 몸과 머리로 익혀야 하기 때문에 전공의 과정은 과에 따라 3~4년에 걸치는 긴 장정이다. 전공의가 되기 전에는 1년 동안의 인턴(수련의)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인턴은 원하는 병원의 인턴시험에 합격해야 하며, 매 달마다 과를 바꿔가면서 그 과의 진료를 보조한다. 수술을 하는 과도 있고, 수술을 안 하는 과도 있고, 주로 현미경으로 진단을 내리는 과도 있고, 영상으로 진단을 내리는 과도 있으므로, 각 과마다의 의사의 삶은 매우 다르다. 이렇게 12개의 과를 돌면서 그 과에 대해서 좀더 잘 알게 되면, 자기가 평생 전공할 과를 정해서 다시 전공의(레지던트) 시험을 치게 된다. 원하는 과의 전공의 시험에 합격하면, 3~4년의 전공의 과정을 겪는다. (대부분은 4년이다)


4년이라 치면, 첫 해는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이고, 마지막 해는 전공의(레지던트) 4년차가 되는 것이다. 4년차가 끝날 무렵 전문의 시험을 보게 된다. 이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게 되면 그 전문과의 전문의가 된다(합격하기 전까지는 전공의 과정을 다 수료했어도 전문의가 아니다.)


정리하면, 의대졸업 - 의사국시 합격 인턴시험 - 인턴시험 합격 인턴(1) 전공의 시험 전공의 시험 합격 전공의(3~4) 전문의시험 전문의시험 합격 이라는 과정을 겪으며, 4번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다른 식으로 정리해 보면, 의대졸업(의사자격증 취득) 인턴 1선택한 전공과 전공의 3~4선택한 전공과 전문의(전문의시험 합격시) - 전문과목으로 개업/봉직의/교수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이며,

의대를 6년이라 쳤을 때 입학부터 전문의취득까지 유급이나 휴식 없이 쭉 이어질 경우 10~11, 군대를 다녀와야 하는 경우 13~14년이 걸리는 긴 여정이다.


또한, 의학석사/박사 학위랑 전문의자격은 전혀 무관하다. 의학석사/박사 자격을 얻으려면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박사 과정을 밟고 수료/졸업해야 한다. 전문의여도 의학박사가 아닐 수 있고, 의학박사여도 전문의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보통 교수의 길을 가고자 하는 경우는 박사학위가 필수이기 때문에 대학원에 진학한다.


필자의 경우 인턴 1, 전공의 4년은 서울아산병원에서 보냈는데,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인턴시험에, 우수한 의대졸업생들이 전국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합격했을 때 매우 기뻤던 기억이 나며, 안과 전공의 경쟁률은 인턴 경쟁률과 비교도 안되게 높았어서, 합격했을 때 가문의 영광으로 여길 정도로 아직도 필자 인생에서 최고로 기뻤던 순간 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

필자는 서울아산병원 안과에서 훌륭한 스승님들 밑에서 잘 배운 후, 펠로우(임상강사) 과정은 서울대학교병원 안과에서 했는데, 펠로우(임상강사)란 전문의를 취득하고 나서도, 좀더 세분된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과정이다. 내과를 보면 순환기/내분비/소화기/호흡기/신장/감염/류마티스 내과 등으로 나뉘어 있는 것에 많이들 익숙하실 텐데, 안과의 경우도 전안부/망막/녹내장/소아, 사시, 신경안과/ 성형안과 이렇게 5개의 세부분야로 나뉘어 세부전공을 하게 된다.


혹자는 아니 그렇게 작은 눈을 뭘 또 5개 분야로 나누어요?” 하고 질문할 수도 있겠지만, 각 세부분야마다 공부할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수술도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5가지 분야에 모두 통달하고 모든 수술을 다 잘하는 안과의사는 없다고 봐야 할 정도로 세분화되어 있다.

필자는 이 5가지 분야에서도 전안부(눈의 앞쪽, 즉 검은자(각막), 흰자(결막/공막), 수정체)를 전공했다. 안과전문의면서 세부전공은 전안부가 된 것이다. 모든 것이 더 전문화, 세분화 되어가는 추세에서, 전안부는 또 외안부, 백내장굴절수술, 콘택트렌즈, 건성안 등으로 학회가 세분화되어 있다.

또한 필자는 교수직을 염두에 두어 모교에서 석사/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래서 의학박사이며 안과전문의, 교수로서의 삶을 살고 있게 된 것이다.

본인이 어떤 삻을 살기를 원하느냐에 따라 의사자격증 취득 후의 길은 여러 가지이다. 어떤 길이 꼭 좋고 어떤 길이 안 좋다고는 절대 말할 수는 없으며, 본인의 성격/ 취향/ 원하는 삶의 목표에 따라 다양한 경로 중에 선택하면 될 것이다. 의사가 되었다고 해서 꽃길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쓸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아성찰과 자기계발, 그리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한 피나는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겠다.


정천권 기자
작성 2021.04.03 11:21 수정 2021.07.0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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